영화 애프터썬 줄거리
11살 소피에게 그때 그 여행은 참 행복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의 뜨거움과 대비되는 쨍한 파란 하늘, 푸른 바다와 넘실거리는 호텔의 수영장 그리고 관광지의 모든 순간들, 호기심 많았던 나이였고 모든 게 궁금했던 나이였던 소피, 막 사춘기가 시작될 즈음이었고, 아빠의 기분보다는 지금 자신의 기분이 더 중요했고 감정이 소중했던 소녀.
그런 딸 소피를 옆에서 살뜰히 챙기는 아빠 칼럼, 어떻게 보면 너무 어려 보여 영화 속 관광객들처럼 아빠와 딸이 아니라 오빠와 여동생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캠코더를 들고 딸과의 튀르키예 여행의 순간들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아빠 캘럼은 아내와는 이혼한듯한 모습입니다. 고향인 아일랜드를 떠나 런던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꾸리려고 하는 듯 보이며 재정 상태가 그리 넉넉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행복해 보이는 듯 하지만 때때로 짙은 외로움이 얼굴에 내려앉아 있으며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소피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들은 참 온화하고 따뜻합니다. 안간힘을 쓰고 버티고 있는 형상이지만 딸아이 앞에서는 절대 내색하지 않고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들인가 봅니다.
캠코더 안 31살을 맞이하는 아빠처럼 현실에 사는 소피는 막 아빠의 나이 즈음의 생일을 지금 맞이했고, 아빠의 꿈으로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때 튀르키예에서 샀던 아빠가 사준 카펫이 지금 자신의 침실 아래 깔려 있고 소피의 생일임에 온통 아빠가 그리워지는 날인 듯합니다. 그리고 아빠와 함께 갔던 20년 전 튀르키예 여행에 담긴 캠코더를 플레이합니다.
모든 순간들이 담겨 있지 않기에 지금 플레이되는 영화 속 이야기는 어쩌면 소피가 상상하는 아빠와의 이야기입니다.
소피가 끼워 맞추는 기억의 조작.
그때 소피는 고작 열한 살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볼 만큼 성숙하지 않았고 나 하나 자라고 성장하기 바쁜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소피는 자꾸 그런 열한 살의 소피에게 다그치는 거 같아요.
그때 왜 너는 아빠의 슬픔을 몰랐었니?라고말입니다.
너무 다정했고 너무 사랑했던 아빠가 가진 우울과 무게를 한 번도 눈치채지 못했을까 하고 말이죠.
자신의 기억을 조작해 본 그 플레이 안에 아빠는 피를 흘리기도 하고, 침대가 들썩거릴 정도로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 말이죠. 어린 소피는 그저 아빠가 가난하다고 쏘아 대기도 했고, 꼭 알지 않아도 될 호신술에 열을 올리는 아빠가 이해가 가지 않았고 못마땅해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점
영화 애프터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라고 한다면 저는 단연코 캘럼이 무심히 지나며 이야기했던 '나도 서른이 될 줄 몰랐어'라는 말입니다. 미처 준비되지 않았던 나이. 십 대를 지나 철없던 이십 대 그리고 어느새 딸이 11살을 맞이한 서른하나가 되기까지, 한 남자로서, 남편으로써, 아빠로서, 그리고 가족의 일원으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어떤 불안감, 우울감, 미안함, 슬픔이 느껴집니다.
참 그 많은 게 벅차고 어렵고 해답을 모르겠는데 어느새 서른의 나이. 그래도 참 잘 버티고 여기서 지금 소피와 웃음을 나누고 추억을 나누고 이야기를 남기고 오래도록 추억될 기억을 남기고 잘 버티고 있다고, 아마 지금의 소피라면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을까요? 아빠의 잘못이 아니라고,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었고 불안전한 상황이어서 더 힘들었을 거라고 같이 힘들을 나누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이에요.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먹먹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그냥 문뜩 제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빠가 아닌 엄마의 그런 모습들이 생각났던 것 같아요 저희 엄마도 그랬거든요 엄마도 엄마가 될지 몰랐고 엄마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그때의 저도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왜 다른 엄마들이랑 다를까 왜 우리 엄마는 친구들 엄마들처럼 하지 못하실까 원망스럽기도 하고 너무 슬프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의 어린 저도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렇지만 저도 이제 막 서른을 넘기니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엄마도 많이 힘들었겠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래도 조금만 더 안간힘을 써서 우리를 챙기진 못하셨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를 맡았던 포 메스칼의 연기가 참 좋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아빠였다고 그래도 조금 더 안간힘을 써보는 건 어땠을까요 하는 아쉬움은 똑같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결론
소피의 기억 속에 선연하게 남아 있는 그해 여름의 기억처럼, 이 영화는 세상 모든 아빠에게 그리고 딸에게 전하는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 같네요. 자책하고 슬퍼 말 것, 절대 너의 잘못이 아니었으니, 그리고 나도 내가 사십이 될 줄 몰랐는데 지나 보니까 또 살아지더라고, 그 이야기를 캘럼에게 전하며, 후기를 맞히겠습니다.
넷플리스 스트리밍도 가능하니까 꼭 한번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